외할머니집 온 듯 책 읽다 낮잠 자다 손님도 주인도 놀고먹는 시골 책방

이 뉴스가 시민에게 의미하는 것
사진 C영상미디어
인천 강화도 '국자와 주걱'
주소 인천 강화군 양도면 강화남로428번길 46-27
운영시간 매일 12~18시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좁고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자 작은 농가주택 한 채가 쏟아지는 봄볕을 받고 서 있었다.
"계세요?"
문을 두드리자 책방지기 김현숙 씨가 눈을 비비며 모습을 드러냈다.
"아유~ 인터뷰 안 하면 안 돼요?"
잠에서 막 깬 그는 투덜대면서도 손수 주방에서 차를 끓여 내왔다.
"세수도 못 했는데… 그냥 알아서 둘러보고 가든지~."
소문대로였다. 주인은 저 하고 싶은 거 하고 손님들이 알아서 책 보고 뒹굴거리며 놀다 간다는 시골 책방. '작고 불편함. 그러나 좋은 책, 그리고 많은 정'이라는 책방 블로그 소개글을 떠올리며 대화를 간청했다. 시골 마을 꼭꼭 숨은 책방에 11년째 전국서 찾아오는 이들의 발걸음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가 뭘까. 자칭 '시골 아줌마 책방지기'는 "그저 내 마음 가는 대로 운영하는 책방"이라고 짧게 답했다.
김현숙 씨가 자신의 강화도 농가주택을 개조해 만든 책방 '국자와 주걱'은 11년째 전국에서 찾아오는 발걸음을 맞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책방지기 놀러 나가면 손님이 책 팔고
인천 강화군 양도면에 있는 책방 '국자와 주걱'은 애써 찾아가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곳이다. 간판 하나 없이 담벼락에 책방 이름만 붓글씨로 작게 쓰여 있다. 범상치 않은 책방 이름은 강화도 사는 함민복 시인이 지어줬다고 한다.
각자 쓰는 숟가락, 젓가락과 달리 음식을 함께 나눠 먹기 위해 쓰는 국자와 주걱처럼 책방이 지식과 정을 나누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90년 넘은 세월을 뒤집어쓴 농가주택은 책방이자 김 씨가 거주하는 집이다.
인천 토박이인 그가 강화도로 온 건 21년 전인 2005년. 책방을 차린 건 시골살이가 10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도시 생활에 더 이상 적응을 못 하고 시골로 떠돌아다니다 이 집을 만났어요. 소박하고 담백한 게 꼭 마음에 들었죠. 책방을 차린 건 특별한 계기도, 별 뜻도 없었어요. 책방을 열겠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책을 보내줬고 책이 쌓이니 사람들이 드나들기 시작하더군요.
몇 번 문을 닫을까도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별로 하는 일도 없으면서 뭘 그만두냐 그래요. 지금처럼 대충 하라고, 하하. 책방은 그렇게 10년 동안 손님들의 의지로 이어져온 거예요."
자물쇠가 걸린 공간은 하나도 없다. 영업시간 외에도 굳이 문을 잠그지 않는다. 정해진 이용 방법도 없다. 잘 놀고 잘 쉬다 가면 그만이다. 다만 벌레가 들어오니 마루 문은 꼭 닫을 것. 방문객은 신발 벗고 두 다리 쭉 뻗은 채 책 보다 낮잠을 자기도 하고, 지루하면 주방에서 직접 탄 커피를 들고 뒤뜰에서 설렁설렁 그네도 탄다.
마실 나간 책방지기를 대신해 앞 손님이 뒷 손님에게 책을 파는 모습은 그야말로 진풍경이다. 그러고 있으면 어느새 돌아온 책방지기가 동네 산책이나 하자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어머 제비꽃 잔뜩 올라온 거 보여요? 어느 틈에 이렇게 나왔대. 곧 백합이 피면 온 동네가 백합 동산이 된다고. 풀도 뽑아야 하는데 손님들은 풀이랑 꽃을 구별 못 하니 영 시켜먹을 수가 없어." 책방지기의 수다가 풍경 소리와 함께 바람을 타고 퍼져나간다.
책으로 둘러싸인 집 안에서 두 다리 뻗고 독서하는 것은 이곳만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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