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계단에 새겨질 새로운 숨결, 부산 로컬 아지트 상권이 그리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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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에서 버스를 타고 10분 남짓 달렸을까. 현대식 빌딩 숲 사이에 웅크리고 있는 낡은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헤어진 가족을 찾기 위해 모여들고, 구호물자를 나누던 애환의 상징인 40계단이다.
정부가 올해 로컬 테마 상권으로 선정한 부산 중구 중앙동과 동광동 일대의 로컬 아지트 상권은 이 역사적 거점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 상권은 이번 공공사업을 통해 2년간 25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으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청사진 뒤에 숨겨진 현장의 실제 모습은 어떨지, 필자가 직접 골목 구석구석을 걷고 그곳을 지켜온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40년 전통의 노포에서 들은 골목의 과거와 오늘 중앙모밀 (본인 촬영) 40계단 인근에서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노포, 중앙모밀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임에도 가게 안은 여전히 활기가 돌았다. 시원한 메밀국수 한 그릇을 앞에 두고 골목을 가만히 관찰했다.
중앙동은 과거 부산항의 관문이자 행정, 상업의 중심지였다. 40계단 위아래로 사람들이 미어터지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원도심이 쇠퇴하며 한층 차분해진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이 투박하고 오래된 정취를 잊지 않고 찾아오는 단골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번에 로컬테마상권으로 지정되어 동네가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이 일대는 단순한 상업 지구가 아니다. 골목마다 묻어나는 세월의 흔적과 노포들이 만들어내는 아날로그 감성이야말로 이곳의 진짜 자산이다.
그렇기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인위적인 리모델링보다는 기존의 아날로그 감성과 역사적 유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유지하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중앙동 40계단 (본인 촬영)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는 지역 고유의 자원과 로컬 창업, 관광 콘텐츠를 결합해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공공의 지향점과도 일맥상통한다.
단순한 물리적 정비가 아니라, 골목의 역사와 문화가 축적된 소중한 공간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전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이는 이유다. 중앙동에 걸린 현수막 (본인 촬영)
◆ 침묵하는 인쇄 골목, 관광객 눈길을 받기 위한 변신 요구 인쇄 골목 (본인 촬영) 계단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동광동 인쇄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과거 전국 최대 규모의 인쇄업 집적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좁은 골목길 사이로 인쇄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나직하게 울렸다.
그러나 주말이 되자, 인쇄소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골목은 이내 고요해졌다. 길 한복판에서 카메라를 들고 서성이는 청년 여행객들은 오래된 인쇄소들이 줄지어 있는 풍경에 신선함을 느끼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소셜 미디어를 보고 특색 있는 골목 분위기를 기대하며 찾아왔으나, 막상 여행객들이 직접 들어가서 참여해볼 만한 인쇄 체험 프로그램이나 개성 있는 로컬 문화상품 등을 파는 가게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골목을 걸어서 지나쳐 버리는 무미건조한 방문에 그치고 말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쇄 골목 (본인 촬영) 이처럼 인쇄 골목이라는 훌륭한 테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문객들이 직접 머무르며 소비할 수 있는 앵커 스토어나 체험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번 사업에 포함된 로컬 창업자 유치와 특화 상품 개발이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히 보기만 하는 관광지에서 벗어나, 방문객이 직접 인쇄 문화를 체험하고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들어갈 수 있는 참여형 공간이 채워져야 상권의 생명력이 살아날 수 있다고 느꼈다.
특히 올해부터는 국민이 직접 검증하고 참여하는 평가 절차 등이 다양하게 도입되는 만큼, 수요자인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참신한 콘텐츠들이 대거 보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에 청년 창업가들이 유입되고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채워진다면, 인쇄 골목은 머지않아 활기찬 문화 체험의 장으로 변모할 수 있다.
◆ 부산역에서 걸어올 수 있는 뛰어난 접근성 중앙동 버스 정류장 (본인 촬영) 관광객 시선에서 본 이 상권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접근성이다. KTX 부산역에서 대중교통으로 가깝고, 날씨만 선선하다면 원도심의 풍경을 감상하며 도보로도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거리다.
부산을 찾는 여행객들이 첫 목적지나 마지막 경유지로 선택하기에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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