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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험, 여봐라. 우리 물고기들 잘들 있는가!" 문화예술 동아리 '초록별 이야기 극장' 회원들이 대본을 들고 역할극 연습을 하고 있다. 참여형 창작활동이 공공도서관의 새로운 기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본인 촬영) 한옥 방 안에서 울려 퍼진 대사에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이어 "아이고 배야, 아이고 배야…누구든 내 병을 고치거라!"라는 목소리에, 현장은 금세 박수와 함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조용히 책을 읽던 공간으로 알았던 도서관에서 펼쳐진 뜻밖의 풍경이었다. 공공도서관이 지금, 독서를 넘어 문화예술 활동의 중심지로 변하고 있다.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 입구 전경. 공공도서관이 문화예술 활동의 거점으로 확장되며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본인 촬영) 문화예술 동아리 모임이 시작되기 전,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을 먼저 둘러봤다. 여러 채의 한옥으로 구성된 도서관은 전형적인 한옥 구조를 그대로 살리고 있었다.
신발을 벗고 실내로 들어가야 했고, 온돌이 깔린 바닥에 앉아 책을 읽어야 했다. '우리동네 장독대' 공간. 도서관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이 직접 참여한 문화 활동이 일상 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본인 촬영) 사랑채, 안채 등으로 구분된 한옥처럼 건물마다 기능이 나뉘어 있었다.
처음 방문하는 이용자라면 여기저기 방을 열어보면서 기웃거리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당 한쪽에는 장독대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도서관 장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이 담근 된장이 그 안에서 숙성되고 있었다. 도서관 내 텃밭 공간. 체험형 프로그램을 통해 생활 속 문화와 교육이 결합된 사례다.
(본인 촬영) 담벼락에 '2026 우리가족 도서관 텃밭'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린 곳에는 조별로 가족들이 조성한 텃밭이 눈에 들어왔다. 마당에 자리한 정자는 누구든 달려가서 발을 뻗고 앉아 있고 싶은 곳이다. 한낮의 더위를 식히기 위해 정자에 앉아 바람을 느끼며 책을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이곳은 단순한 도서관을 넘어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공간에 가까웠다. 도서관 앞마당에서 활동하는 어린이들 모습. 책과 놀이, 체험이 결합된 열린 문화공간으로서의 도서관 역할을 보여준다. (본인 촬영)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2026년 4월부터 전국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문화예술·독서 동아리 300개 활동을 지원한다.
기존 50개에서 300개로 6배 확대된 규모다. 동아리에는 강사비와 재료비 등 활동비가 지원되며, 전문가 특강과 워크숍 등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지역문화커넥터' 도입으로 동아리 운영을 지원하고, '문화가 있는 날'과 연계해 매주 수요일 특별 프로그램도 확대된다.
공공도서관을 단순한 독서 공간에서 지역 문화예술 활동의 거점으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이다.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은 올해 문체부가 지원하는 문화예술 동아리, 독서 동아리에 선정됐다. 도서관의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이 어떨지 필자가 방문해서 참관해 봤다.
한옥 내부에 설치된 '초록별 이야기 극장' 공간. 도서관이 창작과 공연이 이뤄지는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본인 촬영)
◆ 전래동화에서 환경 이야기로…참여형 창작으로 확장이날 문화예술 동아리 '초록별 이야기 극장' 회원들은 전래동화 '토끼와 용왕'을 바탕으로 한 창작극을 연습하고 있었다. 연습은 반복이었다. 같은 대사를 여러 번 맞춰보고, 목소리를 조정하고, 감정을 실어보는 과정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각자의 역할을 정했다. 비중이 높은 용왕, 토끼, 자라부터 도둑1·2에 이르기까지. "그거야, 넓은 바닷가에 버리면 아무도 모르지, 뭐."회원들이 여러 번 반복해 낭독하던 이 장면은 공연의 핵심이었다.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행동이 결국 용왕의 병으로 이어진다는 설정이다.
이번 작품은 전래동화 '토끼와 용왕'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었다. 이야기의 틀만 가져왔을 뿐, 내용은 회원들이 직접 새롭게 구성했다. 회원들은 "용왕이 왜 병이 났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바다 오염 문제를 이야기 속에 녹여냈다.
도둑들이 버린 쓰레기가 바닷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이를 먹은 용왕이 병에 걸린다는 설정이다. 대본은 한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회원들이 토론을 통해 완성해 나갔다. 아이디어를 나누고 장면을 구성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창작하는 과정이었다. 동아리 회원들이 대사를 맞추며 반복 낭독을 진행하는 모습. 책 읽기를 넘어 공연으로 확장되는 독서 활동의 변화를 보여준다. (본인 촬영)
◆ "도서관에서 제2의 인생"…시니어의 삶을 바꾸다문화예술 동아리 회원 양성례 씨(1959년생)는 "한옥 도서관이 궁금해서 방문했다가 동아리를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도서관이 책을 읽는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야기를 만들고 표현하는 공간으로 느껴져요"라고 말을 꺼냈다.
특히 "대본을 함께 만들고, 역할을 나누고, 반복해서 연습하는 과정이 너무 즐거워요. 이 활동을 통해 그동안 전업주부로 지내면서 제가 몰랐던 끼를 발견했고, 시니어 배우라는 새로운 꿈도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양 씨는 "갱년기 이후 무기력함을 느꼈는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활력을 되찾았어요.
가족들도 제 표정이 달라졌다고 말해줘요. 책을 읽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고 공연으로 확장하는 과정이 큰 즐거움입니다. 이런 활동이 더 많은 사람에게 확대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개인의 문화 활동이 지역사회로 확장되는 사례는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 정책의 효과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프로그램 모습. 공공도서관은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문화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본인 촬영)
◆ 어린이에서 지역사회까지…도서관 문화 기능 확장양소은 사서는 문화예술 동아리에 지원하게 된 배경에 대해 "어린이집에서 저희 도서관으로 견학을 올 때 책 읽기 외에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가 많았습니다. 기존에는 동화 구연 중심의 활동이 주를 이뤘지만, 참여자들의 역량을 활용해 더 확장된 형태의 프로그램을 고민하게 됐고, 이야기 할머니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있어 역할극 형태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양 사서는 "회원들이 직접 대본을 만들고 역할을 나눠 공연까지 이어가는 과정에서 참여도와 만족도가 높아요. 단순한 프로그램 참여를 넘어 주도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는 점이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일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공연을 진행하면서 약 300명 이상의 아이들이 관람했고, 도서관이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문화공간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문화예술 동아리는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지역 주민의 역량을 발굴하고 이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구조입니다.
앞으로는 도서관 안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 공연 등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방향도 고민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문체부의 동아리 지원 확대를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어요. 도서관에서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정책 지원이 중요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본 도서관은 더 이상 책만 읽는 조용한 공간이 아니었다. 대사를 맞추는 목소리와 웃음, 토론이 이어지는 살아 있는 공간이었다. 한옥 골목 사이를 지나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어린이들 모습.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문화예술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본인 촬영) "아이고 배야… 누구든 내 병을 고치거라!" 여러 번 반복되던 이 대사는 단순한 연습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서관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책을 넘어 사람과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공간으로. 공공도서관은 지금 그렇게 확장되고 있다.
그 변화의 바탕에는 문체부의 문화예술 동아리 확대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는 연말에 우수 동아리를 선정한다고 하니 성과공유회가 열리길 기대해 본다.
☞ (정책뉴스) 공공도서관 동아리 300개 활동 지원…작년 대비 6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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